(주)우성유통 김성기 팀장
가장 큰 명절 중의 하나인 추석을 앞두고 있다. 추석은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로 가장 풍성한 명절이다. 돈육시장도 풍성한 추석이 될 수 있을까? 6~7월 유독 어려운 돈육 유통시장을 겪었고, 그나마 6~7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8월을 보냈지만, 올해는 유독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듯 하다.
질병 여파로 인해 돼지 도축두수가 줄 것으로 예상했으나, 도축두수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고, 수입량 또한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량이 사상최대인 상황에서 지육시세를 바라보는 농장과 육가공업체의 시각차는 있어 보인다.
올해 5월~8월까지는 매월 ASF가 발생을 하면서 수급의 불안요소를 가져왔다. 5월 강원철원, 6월 경북영천, 7월 경북안동과 경북예천, 8월 경북영천에서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ASF도 시장상황의 불안요소 중 하나였다. 판매부진으로 인한 지육시세 대비 판매가격이 맞지 않은 상황이 유독 6~7월 유통시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육시세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농장과 육가공업체의 시각이 엇갈렸고, 시세가 높고 낮음을 필자가 단순하게 결론 짓기엔 힘든 상황이지만, 공급량을 보면 지육시세가 낮은건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최근 3년간(1월~7월 기준) 도축량, 수입량, 지육시세를 한눈에 살펴보려 한다.
[표1] 최근 3년간(1월~7월 기준) 공급량과 지육시세 비교 (단위: 천두, 천 톤, 원) [자료 : 축산물품질평가원, 수입식품정보마루]
먼저 도축량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는 매년 역대 최대 도축두수라고 언급을 해왔다. 그러나 이듬해가 되면 다시 역대 최대 도축두수가 갱신되는 상황이 생기면서, 양돈시장의 예측 자체가 역시 쉽지 않다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24년 7월 누적 도축량은 11,137천두로 22년과 23년대비 각각 5.3%, 3.6% 증가된 상황이다. 연초에 우려되었던 질병여파로 인한 공급량 감소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올해 7월까지 누적 도축두수가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였고, 1월, 4월, 5월, 7월은 해당월 기준 역대 최대 도축두수를 갱신하는 기록을 남겼다.
수입량은 어땠을까? 올해 수입량 역시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수입량은 317천톤으로 22년과 23년 대비 각각 14.9%, 22.9% 증가를 보이면서, 국내 도축두수와 마찬가지로 돈육 수입량도 많이 늘어나 있는 상황이다. 7월 기준 수입량이 이미 20년도의 연간 수입량을 넘어선 상황이고, 8월 수입실적이 더해지면 21년도의 연간 수입량도 넘어서게 되는 상황이다.
국내 돈육공급량(도축량+수입량)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지육시세가 막연히 낮다라고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기대 이하의 지육가”, “휴가철 특수 실종”, “올림픽 특수 실종” 등 소비부진을 이야기 하면서 공급량은 번외로 두고 막연히 지육가가 상승하지 못 하는 상황에 대해서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는지 모른다. 지육세시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표2] 23년 VS 24년 지육시세 비교 (단위:원) ※ ‘빨간색 박스’ 해당월 기준 역대 최고 지육가(단, 11년 구제역 상황 제외)
작년과 올해의 지육시세 형성에 대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자. 올해 7월까지 평균시세는 전년대비 132원 하락 하였다. 23년의 경우는 1월, 2월, 4월이, 24년의 경우에는 3월, 6월, 7월이 해당 월 기준 가장 높은 지육시세를 갱신한 상황이다. 작년과 올해의 지육시세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표2]에서 확인 할 수 있다. 23년의 경우 1/4분기 지육시세가 분기 중 역대 최대를 보이면서 높게 출발하여 2/4~3/4분기에 5,500원대 평균시세를 꾸준히 유지한 상황으로 지육시세의 큰 등락 없이 안정적인 지육시세를 형성했다. 다만, 8월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9월 지육시세가 폭등한 한 차례의 이변은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과는 다르게 상반기 지육시세의 변동폭이 다소 크게 나타났던 상황이다. 질병여파로 인해 도축량이 4월부터 줄 것이라는 예상에 3월 지육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축량이 감소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4월 기준 166만두라는 역대 최대 도축두수를 보이면서 4월 지육시세는 기대 이하의 약보합세에 그치고 말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때부터 지육시세가 낮다라는 심리가 바닥에 깔리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맞이한 5월 역시 도추두수는 5월기준 역대 최대를 갱신하였고, 지육시세는 5천원 초반에 그치면서, 우리는 공급량을 떠나 지육시세가 낮다라고만 이야기하기에 급급했던건 아닌가 싶다. 그런데 6월의 지육시세는 정반대상황이 연출 되었다. 시기적으로 지육시세가 상승하는 시기임에는 분명했으나, 갑작스럽게 지육시세의 상승이 시작되었고 월 중 최고 지육시세가 6,403원/kg을 기록했다. 유통시장의 문제가 이때부터 심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지육시세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지육시세 대비 시장의 판매가격은 따라가지 못 하면서 업체들이 작업물량을 감축하는 등 나름 대안을 세우기 시작하였지만, 유통시장의 상황과는 별개로 7월2주차까지 지육시세는 6천원대를 지속 유지하였다. 육가공업체들은 하계 휴가를 조기에 사용하는 등 작업량을 줄이기 시작하였고, 시장에 덤핑물량까지 난무하면서 일부 육가공업체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업을 중단하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극심한 소비부진이 반영되었을까? 7월 중순 이후, 지육시세는 다시 급락하여 5천원 초반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7월 평균 지육시세는 또 한번 역대최대 지육시세를 갈아치우고 말았다. 다만, 7월 하순 가격하락으로 인해 7월 최저가격은 4,999원/kg, 최고가격은 6,195원/kg으로 성수기인 7월에 지육시세의 편차가 1,200원/kg까지 벌어지면서 예측 불가능한 양돈시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었다. 8월 초 5천원 초반수준의 약보합세로 시세가 형성되면서 육가공업체와 농장이 시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또 엇갈리기 시작하였고, 8월 하순에는 또 다시 6천원 수준까지 지육시세로 급등하면서 불과 2주 상간에 시장상황이 반전 되었다. 판매부진 및 여름휴가로 인해 작업량이 적었던 육가공업체는 재고량이 감소한 상황에서 추석물량 준비와, 개학시즌에 따른 학교 급식물량 수요로 가공량이 필요 하였으나, 지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증체지연 현상이 나타나면서 공급량 감소로 인한 수급부족 현상이 지육시세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해 보였다.
9월의 동향은 어떻게 흘러갈까? 지속되고 있는 더위로 농장의 증체지연에 따른 공급량 부족과 저체중 출하가 빈번한 상황에서 추석물량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추석 물량준비가 9월초까지 진행되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9월 평균 지육시세는 5천원 초중반 수준에서 형성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추석 전 출하패턴을 살펴보면 명절 이후 지육시세 하락을 예상하여 명절 전 조기출하를 통해 수급조절을 하는 만큼, 명절 이후, 급작스런 출하체중(과체중)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급과잉에 대한 큰 문제없이 9월의 출하는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 된다. 다만, 10월 초 2주연속 개천철과, 한글날의 연휴로 작업일이 감소 되는 상황과 폭염여파로 인한 홍수출하에 대한 우려가 있는 건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4/4분기 출하의 패턴을 살펴보면 공급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나름 안정적인 출하가 진행 되었던 만큼 과도한 불안감 가지기 보다는 수급상황에 대한 점검 및 사전 출하에 대한 계획을 철저히 준비해 나가는게 현명할 것으로 보여진다. |